😶🌫️ 냉장고 안의 아이 1화 「오솔길의 집착」
🎧 사운드와 함께 읽으면 더 무서워요!
▶️ 바람소리, 발걸음, 문 여는 소리를 상상하며 읽어보세요…
말해야 할지 모르겠어. 하지만 누군가는 알아야 할 것 같아서.
나는 그냥 평범한 대학생이었어. 학비 때문에 아르바이트를 찾고 있었는데, 당시 이상하게 잠을 못 자고 있었어.
며칠째 계속 같은 꿈을 꿨거든. 어두운 곳에서 누군가 우는 소리가 들리는 꿈. 여자 목소리 같았는데 너무 생생해서 깰 때마다 가슴이 답답했어.
그래서 집중이 안 돼서 알바 사이트를 보고 있었는데, 한 공고가 눈에 확 들어왔어.
“지역 미제사건 영상 제작 알바생 구함. 일당 15만원.”
이상하게도 그 공고를 보자마자 꼭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 뭔가에 이끌리는 느낌? 일당도 괜찮았고.
첫 날, 사장이 파일 하나를 넘겨줬어.
“대부도 해송식당 실종사건. 2009년 여름. 한 여자가 사라졌는데 아직도 못 찾았어. 이것부터 정리해봐.”
파일을 열자마자… 이상했어.
사진이 한 장 들어있었는데, 바닷가에서 찍은 폴라로이드였어. 여자가 웃고 있고, 옆에 남자 어깨 일부가 보였어. 그런데 왜그랬을까….그 사진을 보는 순간 가슴이 답답해지더라.
왜지? 왜 이 사진을 보고 이런 기분이 드는 거야?
그리고 그 남자 얼굴… 어디서 본 것 같았어. 아니, 확실히 봤어.
집에 가서 밤새 뒤졌어. 중학교 졸업앨범, 고등학교 사진, 학원 단체사진까지. 뭔가에 홀렸던 거 같아. 반드시 찾아야 한다는 그런…
며칠을 내가 가진 모든 사진과 기록을 다 뒤져봤지만 결국에는 작은 단서 하나를 찾았어. 내 어릴적 사진, 아빠와 낚시터에서 찍은 사진 한 장. 그리고 그 사진에는 어린 아이 글씨로 이렇게 적여 있더라.
진영민. 그리고 어렴풋이 기억이 났어. 나보다 8살 위의 오빠.
사장에게 건네어 받은 파일에는 진영민에 대한 정보도 있었어. 인근 도시에서 디자인 일을 한다고 나왔어. 나는 조심스럽게 이메일을 보냈지.
“실종사건 조사 중인데, 혹시 아시는 게 있나요?”
며칠을 기다렸는데 답이 없었어. 다시 한 번 보냈는데도 마찬가지였어.
그런데 일주일 후, 갑자기 답장이 왔어.
“너 이름이 뭐야? 그리고 몇 년생이야?”
이상한 질문이었어. 왜 갑자기 내 정보를 물어보는 거지?
나는 솔직하게 답했어. 이름과 1999년생이라는 것을.
그러자 바로 답장이 왔어.
“직접 만나서 얘기하자. 대부도에서.”
8월 말, 나는 진영민을 만났어.
시화방조제를 지나는데 짭조름한 바다냄새가 코를 찔렀어. 대부도라는 곳을 내가 언제 와 본적이 있었나? 진영민은 하필 왜 대부도에서 보자고 하는거지?
대부도 버스정류장에서 내려 기다리고 있는데, 한 남자가 다가왔어.
“실종사건 조사한다는 사람이야?”
영민이었어. 하지만 표정이 이상했어. 뭔가 확인하려는 듯한 눈빛.
“네, 맞습니다.”
“너… 정말 1999년생이야?”
갑자기 왜 나이를 확인하는 거지?
“네, 맞는데요.”
그러자 영민이의 얼굴이 새하얘졌어.
“따라와.”
말도 별로 없이 걸어가기 시작했어. 뭔가 충격을 받은 것 같은 느낌?
대부도는 생각보다 을씨년스러웠어. 늦여름인데도 바람이 차가웠고, 하늘은 잿빛이었어.
오솔길을 걸으면서 점점 이상한 기분이 들었어. 이 길… 처음 와보는 건데 왜 이렇게 익숙하지?
나는 무의식중에 발걸음이 빨라졌어. 마치 어디로 가야 하는지 알고 있는 것처럼.
“여기가 그 식당이야.”
오솔길 끝에 낡은 건물이 하나 있었어. ‘해송식당’이라는 간판이 비뚤어져 매달려 있었어.
그 순간, 심장이 쿵 했어.
왜지? 왜 이 건물을 보고 이렇게 무서운 거야?
영민이가 문을 밀자 그냥 열렸어. 자물쇠도 없었어.
“들어가도 돼요?”
“이미 왔잖아.”
이미 왔다고? 지금? 아니면 과거? 언제? 나는 대부도에 온 적이 없는데.
안에 들어가니까 더 이상했어. 15년 전에 문 닫은 식당인데 테이블이나 의자가 그대로 있었어. 먼지만 쌓여있을 뿐, 아무도 건드린 흔적이 없었지.
그런데 이상해. 처음 보는 곳인데 어디에 뭐가 있는지 알 것 같은 그런 느낌.
“주방은 저쪽이겠네요.”
내가 먼저 말했는데, 영민이가 놀란 표정을 지었어.
“어떻게 알아?”
“그냥… 그런 것 같아서요.”
“냉장고 좀 봐.”
영민이가 업소용 냉장고를 가리켰고, 나는 다가가서 문을 열었어.
텅 비어있었어. 그런데 안쪽 벽에 뭔가 긁힌 자국들이 있었어. 손톱으로 긁은 것 같은, 날카로운 선들이 빼곡했어.
그리고 벽면에 손바닥 자국 같은 것도 있었어. 안에서 밖으로 밀친 것처럼.
이상했어. 15년 전에 문 닫은 식당인데 냉장고 안이 이렇게 망가져 있다니.
“이거 뭐예요?”
내 목소리가 떨리고 있었어. 왜 떨리는지도 모르겠는데.
“모르겠어. 원래 있던 거야.”
그때 영민이가 폴라로이드 사진을 하나 더 꺼냈어. 앞서 사장이 건낸 파일에서 본 것과 비슷했는데, 이번엔 세 명이 찍은 거였어.
한 여자(아마 그 실종된 그 여자겠지), 진영민, 그리고… 한 명 더.
세 번째 사람은 얼굴이 잘 안 보였어. 그런데 뭔가 익숙한 실루엣이었어.
“이 사람은 누구예요?”
“기억 안 나.”
거짓말이야. 영민이의 눈동자가 계속 떨리고 있었거든. 그리고 그 사진을 볼 때 왜 이렇게 불안한 거야?
“그날 여기서 뭘 했던 거예요?”
“윤지랑… 만났어. 중요한 얘기가 있다고 해서.”
식당을 나오는데 영민이가 갑자기 멈춰 서더니 내 쪽을 돌아봤어.
“너 정말 기억 안 나?”
“뭘요?”
“아무것도?”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고 하니까, 영민이가 한참 나를 바라보더니 말했어.
“너 그때… 많이 무서워했어.”
그때? 언제?
“너 왜 이 사건에 이렇게 관심 있어? 그냥 아르바이트 때문이야? 아니면… 혹시 가족이야?”
그 순간 머리가 하얘졌어.
가족?
왜 하필 가족이라는 말을 했을까? 그리고 왜 그 말을 들었을 때 온몸이 얼어붙는 것 같았을까?
“아니에요. 그냥 아르바이트 때문이에요.”
하지만 내 목소리는 확신이 없었어.
집에 오는 내내 그 말이 머리에서 떠나지 않았어.
가족이야?
그리고 영민이가 말한 “너 그때 많이 무서워했어”라는 말도.
나는 언제 무서워했다는 거야? 영민이와는 지금 본 게 전부인데.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거지?
그날 밤, 나는 이상한 꿈을 꿨어.
어두운 곳에 홀로 남겨진 꿈이었어. 좁고 답답한 곳에서 아무리 달려도 달아날 수 없었어. 그리고 밖에서 무서운 소리들이 들렸고.
여자가 우는 소리, 남자가 화내는 소리, 그리고 마지막에 날카로운 비명.
깨어나니까 온몸이 땀으로 흠뻑 젖어 있었어.
꿈이었겠지. 그냥 오늘 있었던 일 때문에 꾼 꿈이겠지.
하지만 왜 이렇게 생생했을까? 그리고 왜 이런 꿈을 꾼 건 오늘이 처음이 아닌 것 같을까?
혹시 당신도 어릴 적 기억이 갑자기 되살아난 적이 있나요? 그리고 그 기억이… 정말 기억이 맞는 걸까요?(2화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