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는 하나만 있어야 했다

😶‍🌫️ 구봉도 산길엔, 내가 아닌 다른 발소리가 섞여 있었다

구봉도 해솔길, 알지? 바람 좋고 사람 별로 없는 그 길.

그날은 일요일 저녁이었어. 해 지기 직전. 뭔가, 좀… 이상했지.
공기도 무겁고, 말도 안 되게 조용하고. 진짜 말 그대로 정적이라는 게 이런 거구나 싶을 정도로.

아무 소리도 안 나는데… 내 발자국 소리만 또렷하게 울리는 거야.

근데, 한 10분쯤 걸었을까? 뭔가 뒤에서 따라오는 느낌. 발소리.
내가 걷는 속도랑 거의 비슷한데, 살짝 늦는 템포로.

멈췄지. 조용하더라고. 다시 걷는데…
또 따라와.
정확히 반 박자 늦게, 사각, 사각.

뒤를 돌아봤어. 당연히 아무도 없더라.
근데 진짜 소름 끼친 건 그다음이야. 햇빛이 거의 사라져가던 시간인데,
내 그림자가 두 개였어.

하나는 평소처럼 내 몸에 붙어 있고, 나머지 하나는… 옆에.
어깨쯤에서 시작해서, 약간 뒤쪽으로 길게…
근데 이상하게, 그 그림자가 내 그림자보다 ‘조금 더 빨리’ 움직였어.

진짜 그 순간, 귀 옆에서 “킁…” 하는 소리가 들렸어.
숨소리야. 바람도 아니고, 벌레도 아니고. 사람 숨소리.

정확히, 내 바로 옆, 목덜미에 닿을 만큼 가까운 거리에서.

소리도 못 지르고 그대로 뛰었지. 정신 없이 내려오고 나서야 내 스스로를 이리저리 살폈는데,
어깨에 먼지가 묻어 있더라고. 손바닥 모양으로. 왼쪽 어깨 위에.

혼자 걷던 길인데 말이야. 나는 내 어깨에 손 올린 기억… 없어.